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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대출

Why] 급전 30만원 때문에… '와이브로깡'의 덫 김충령 기자-조선일보

by jongpary 201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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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88만원 털린다 
"무선인터넷 서비스 가입땐노트북 경품 주겠다" 
이동통신사의 판촉경쟁을 고금리 대부업자들이 악용 
돈 급한 사람 끌어들여 노트북 되팔아 수수료 챙겨
24개월동안 요금 내려면 연 140% 이자로 돈 꾸는 셈

카드 장기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무직자 이모(32)씨는 '긴급자금 소액 대출'이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무선 인터넷 서비스 '와이브로'를 신청해 가입하면 현금 30만원을 주겠다는 것.

급전이 필요했던 그는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24개월 약정으로 와이브로 인터넷서비스에 가입했다. 노트북을 경품으로 받고 대신 요금과 노트북 단말기 할부금을 납부하는 방식인 것. 이씨는 30만원을 손에 쥐었지만 사용하지도 않는 노트북과 와이브로 요금을 매달 수만원씩 2년간 납부해야 한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궨와이브로 개통시 공짜로 넷북(소형 노트북)을 제공한다궩는 내용의 광고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이 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일부 대리점들이 경쟁적으로 비싼 노트북을 경품으로 주다 보니 (대출자들이) 유혹을 느끼는 것 같 다”고 말했다. /김충령 기자
와이브로 상품에 가입하면 소액 대출을 해주겠다는 대부업자를 따라나섰다가 요금 폭탄을 맞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와이브로 상품 가입시 노트북을 할부로 판매하는데 이 노트북을 중고시장 등에 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속칭 '와이브로깡' 이다. 와이브로깡을 권유하는 대부업자들은 '신용과 상관없이 소액 대출을 해준다'고 대출자를 꾀어 24개월 할부구매동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노트북을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70만~180만원에 팔아 이 중 30만~50만원을 대출자에게 준다. '대출'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대부업자가 와이브로깡을 대행해주고 비싼 수수료만 챙기는 구조다.

통신사 상품 가입에는 신용등급에 따른 차별이 없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쉽게 와이브로깡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신용불량자도 이동통신사의 상품 가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휴대폰깡'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지만, 최대 200만원에 달하는 와이브로 노트북 경품이 등장하며 그 규모도 커졌다.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대출 광고를 올리는 등의 수법으로 54억원 상당의 와이브로 노트북을 가로챈 혐의로 윤모(36)씨 등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 등은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대출자를 모집해 무려 4843회나 와이브로깡을 했다.

이들을 통해 돈을 빌린 대출자들은 10대 청소년부터 30~40대 무직자까지 다양했다. 대출자 대부분은 비싼 요금을 내게 될 줄 알면서도 와이브로깡을 했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경찰 관계자는 "경품 노트북을 팔아 대부업자에게 30만원을 받고 24개월 동안 노트북 단말기 할부금과 기본료 등으로 매월 3만7000원가량을 지급한다면 결국 88만8000원을 갚아야 한다"며 "이 경우 대출자는 연 140%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와 대리점도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와이브로깡을 한 대출자 중 상당수가 요금을 연체하기 때문이다. 요금을 미납하면 최고 200만원 정도 하는 경품 노트북만 날릴 수 있다. KT 관계자는 "와이브로깡으로 통신사도 손해를 입지만, 고객이 어떤 목적으로 와이브로를 신청하는지 가려낼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김모(25)씨는 "경품에 대해서만 묻는 등 와이브로깡을 하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손님이 있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대리점들이 경쟁적으로 비싼 노트북을 경품으로 주다 보니 (대출자들이) 유혹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 급해 소액 대출을 받는다고 하지만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되고, 이를 연체하거나 미납하게 되면 신용 평가상의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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